리뷰

[책] 우리는 함께 자란다

coramdeo2021 2021. 8. 30. 02:23

우리는 함께 자란다

대학교를 졸업한 후에 코이카를 통해 몽골 등에서 현지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친 저자는
한국에 돌아온 후에는 대학원에서 외국어로서의 한국어교육학을 전공하며 대학교 부설 한국어교육센터에서 일했다.

한국어교육센터에서는 보통 외국인 유학생을 대상으로 한국어를 가르치는데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어학연수생들이 귀국하거나 입국을 하지 못해
많은 대학교의 한국어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게다가 한국어 강사는 대부분 단기 계약을 하는 시간 강사이며,
15주 이상을 강의하면 연차수당과 퇴직금을 받을 수 있고,
2년 이상을 근무하면 무기계약직 전환 대상이 되기 때문에
대부분의 기관에서는 14시간 이하의 강의를 배정하며 시급도 낮은 편이다.(p.7)
그래서 저자는 스스로 계약 연장을 포기하게 되었다.

그렇게 우울과 무기력에 빠져있을 때
동료 선생님을 통해 한국어 교육 인력풀 강사를 신청해 보라는 권유를 받고 신청해
병설 유치원의 진수라는 아이를 만나 함께 성장해 가는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이다.

다문화 교육지원센터의 '찾아가는 한국어 교육'은
한국어 강사가 병설 유치원을 포함해 다문화 정책학교가 아닌 일반 학교에 다니는 다문화 아이들을
직접 찾아가 한국어를 가르치는 프로그램으로, 학교의 요청이 있을 때 수업을 배정받을 수 있다고 한다.(p.17-18)


진수는 부모님이 모두 외국인이고, 6세 반 아이지만 생일이 지나지 않아 만 4세이다.
저자는 아이를 대상으로 하는 한국어 교육이 처음이라 당황스러운데,
진수는 더구나 유치원 선생님들 사이에서 '가르치기 힘든 아이'로 유명한 아이였다.
담임 선생님은 진수가 '존대말을 하는 거, 친구를 안 때리는 거, 뒷정리를 잘하는 거'를 배웠으면 좋겠다고 했다.

첫 수업부터 숨이 턱 막힐 상황이지만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고, 모든 방법을 동원해 정보를 수집해 수업을 시작한다.
무엇보다 선생님은 진수를 관찰하고 태도의 원인을 파악해 사랑과 관심을 쏟아붓는다.
이러한 선생님의 정성과 사랑으로 진수는 매일 변화하고 성장했다.

날마다 진수를 만날 준비를 하는 저자의 노력과
매일 1시간 20분 동안 아이와 눈물겨운 씨름을 해내는 모습이 감동적이고 존경스러웠다.
그리고 선생님과 함께 마음이 쑥쑥 자라난 진수도 대견하고 예뻤다.

이 아름다운 둘에게 이별이 찾아올까봐 가슴 졸이며 읽었는데
역시나 정부의 예산 문제로 프로그램이 갑자기 중단되어 이별의 순간이 찾아왔다.
빵집에서의 마지막 장면에서 가슴이 저릿했는데, 의연하게 무서워하던 원감 선생님의 빵까지 챙겨 드는
진수를 보며 더 슬펐다.
물론 "선생님, 이따가 또 봐요."라고 인사하는 진수는 이렇게 긴 이별인 줄 몰랐겠지만.


진수를 통해 받은 게 더 많다시며,
진수가 선생님을 기억하기보다는 많은 사람들에게 더 큰 사랑을 받아 선생님을 잊었으면 좋겠다고,
선생님은 너무 그리워하는 것보다는 그게 낫다고 하시는 선생님의 마지막 편지에 진수를 향한 선생님의 진심이 뚝뚝 묻어났다.
"누군가를 다시 보고 싶다는 감정은 정도가 크지 않아도 생각할 때마다 조금은 슬퍼지거든."(p.262)

다시 새롭게 외국에서 한국어 교육을 시작한 선생님의 앞날과 진수를 통해 갖게 된 새로움 목표에
무한한 응원과 기도하는 마음을 듬뿍 담아 보내드리고 싶고,
선생님은 바라지 않지만, 진수가 많은 사람들의 큰 사랑과 더불어 최희숙 선생님의 사랑을 오래오래 기억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두 사람의 멋진 재회도 기대된다!

소중한 책을 보내주신 출판사 텍스트칼로리 감사합니다. :-)
한국어 교육에 대한 일반 서적이 별로 없어 아쉬운데
좋은 책이 출간되어 기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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