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책] 청년 도배사 이야기

coramdeo2021 2021. 8. 14. 04:23

내 사람의 든든한 지지대가 되어주는 그 한 단어!
나를 더 사랑하고 아끼게 해 준 인생의 키워드를 찾아서
'Love My Life', 에디션L 시리즈

에디션L 시리즈는 바삐 살다 잠시 여기서, 각자가 골똘하게 바라보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모두 읽고 싶은 제목들이다.
특히 '내가 단단해지는 시간, 문학책 읽는 밤(이진미)'도 꼭 읽어보고 싶다.
'청년 도배사 이야기'는 에디션L 시리즈 세 번째 책이다.

매일 아침 새로운 벽 앞에 서는 청년 도배사의 이야기이다.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하고 취업했지만 조직문화의 불합리한 면들에 회의를 느껴
새로운 업(業)을 시작한 당찬 '요즘 세대'이다.

'도배'라는 익숙하면서도 낯선 분야에서 '젊은', '여성'으로 일하면서
2년간 일하면서 기록한 책이다.

힘들게 입사한 대기업들을 퇴사하는 MZ세대
기성세대와는 다른 생각과 삶은 선택하는 MZ세대
'미래'보다는 '현재'를, '안정'보다는 '행복'을 추구하는 MZ세대를
최근 들어 유독 자주 접하게 된다.
이들의 색깔이 완전해진 시점인 것 같다.

솔직히 요즘 세대가 아니기에, 물론 꼰대도 아니다 :-) (아니겠지? ;-)
이해가 되면서도 참 많이 다르구나 싶은 생각들과 선택들.

하지만 나의 사소한 이해가 별개로
까마득한 벽 앞에서 버티며
의연하게 성장하고 있는,
그리고 또다시 새로운 꿈을 꾸고 있는
청년 도배사의 모습은 대견하고 멋졌고,
그래서 응원을 아니할 수 없었다.


이 책은 '나는 도배가 좋다'라는 제목으로 들어가
part1 '새로운 문턱 앞에서'에서는 도배를 향한 첫걸음, 노가다라고 부르는 사회의 시선, 건설 현장에서 만난 선배들과 청년들에게서 배우는 삶의 자세 등에 대해 이야기한다.
part2 '까마득한 천장을 올려다보다'에서는 일당, 하자 보수와 같은 작업 환경과 도배 현장, 도배로 건축이 완성되듯 도배사로서 익어가고 있는 모습 등을 볼 수 있다.
part1 '벽과 모서리가 만나는 곳'에서는 도배사의 의식주, 몸, 사계절, 휴가 등 이 책이 아니면 알 수 없었던 도배사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다. 도배사도 아메리카노와 조각케이크를 좋아한다는 사실도 알 수 있고. :-)
part1 '창문 밖을 내다보며'에서 비로소 젊은 여성 도배사로서 진정한 삶을 읽을 수 있다. 도배를 하며 포기한 것들, 고독과 애환, 고민들을 이야기한다. 특히 지속 가능하고 안전하게 일하고 싶다는 고백이 뭉클하게 읽혔다. 젊은 여성 도배사로서 불합리한 환경들을 개선해 나가려는 노력들까지.
그리고 '다시 벽 앞에 서다'라는 제목으로 나온다.


나에게 아무 말도 건네지 않는 벽지를 바라보며 시간과의 싸움을 하면 되는 일, 비교적 마음이 편한 일이다. 아주 좋은 도피처를 찾았다. p.21

회사에 다닐 때부터 회사가 직원에게 왜 충성심을 요구하는지 의문을 품고는 했다. 노동을 대가로 급여를 받는 '계약 관계'일 뿐, 그 계약 내용에 '충성심'은 없는데 말이다. 받은 만큼 일하거나 혹은 일한 만큼 받거나, 딱 그 정도라고 생각하는 '요즘 애들'이다. p.36

'우리가 정말 예전과는 다르게 편하게 일하고 있구나'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오히려 과거에는 비합리적으로 일을 시켰다는 생각을 하며 '우리는 어떻게 하면 더 편하고 효율적으로 시간을 단축하여 일할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p.41

내가 가진 기술로 은퇴 없이 평생 일할 수 있다는 것, 상사 혹은 동료와의 갈등이 비교적 없이 내 일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것, 내가 노력하고 고생한 만큼 대가를 받을 수 있다는 데 매력을 느꼈던 것 같다. 거기다 회사에서 원하는 '스펙'을 갖추지 못하여 취업시장에서는 경쟁력이 부족한 청년들도 성실하게 노력하면 누구나 동일 선상에서 시작하여 기술을 배워갈 수 있는 환경이라는 점 역시 많은 청년을 건설 현장이라는 일터로 불러왔을 것이다. p.45

예전에는 중요하지 않은 일을 하거나, 불편한 상태로 누워 휴식을 취하는 등 시간을 아깝게 사용하던 때가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밀도 있고 충만하게 시간을 보내는 방법들을 터득하고 있으며, 일 때문에 내 삶이 사라지지 않도록 스스로 많은 규칙들을 세워나가고 있다. 지금도 많은 일을 효율적으로 처리하며 내 시간을 만들어가는 방법들을 계속해서 찾아가는 중이다. p.130-131

누구와 비교하느냐에 따라 내 위치나 실력이 달라질 바에야 누구와도 비교하지 않고 나만의 기준과 목표를 세워 실천하며, 과거의 나와 비교하는 것이 가장 객관적인 지표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p.146

그러나 도배를 하면서는 본질에서 벗어나는 일은 거의 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모든 행동은 결국 도배를 완성시키기 위한 것일 뿐이지 말이다. 내가 하는 행동 하나 하나가 일의 효율과 작업의 완성을 위한 것이며 그렇지 않은 것들은 최대한 덜어내기 위해 항상 고민한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것, 이것이 현대 내가 도배를 하며 느끼는 가장 큰 기쁨이다. p.156


거창하지 않더라도, 조금은 평범하더라도 지금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뿐이다.
그런 마음으로 나는 오늘도 벽 앞에 선다. p.175

청년 도배사 이야기
배윤슬
궁리출판


오늘도 새로운 벽 앞에서 서 있을 배윤슬 청년 도배사님
소중한 책을 보내주신 궁리출판사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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