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일상

수신증

coramdeo2021 2021. 6. 9. 03:40

수신증 거대요관 아기

지난 5월 세브란스 병원으로 정기검진을 다녀왔다.
감사하게도 예준이는 좀 더 건강해졌고,
다음 정기검진은 내년 초로 잡혔다.

2020년 8월, <아가들수신증이야기>라는 인터넷 카페에 올렸던 글이다.



지방 대학병원에서 수신증3기 거대요관 진단받은 6개월 아가인데요,
그동안 올려주신 소중한 정보들 보며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지방대학 병원 다니다가 서울로 전원하려고 하니
궁금한 것도 많고, 걱정 되고 불안한 마음에 처음으로 글을 올려봅니다.

임신 중 아가 신장에 이상이 있다는 진단을 받고
20주쯤 대학병원으로 옮겨 지켜보면서 출산했습니다.
출산 후부터 지금까지 삼 개월 단위로 추적관찰 해왔습니다.

오른쪽은 1기였는데 좋아졌고, 왼쪽은 3기 2센티 좀 넘습니다.
그동안 외래로 초음파 3회, 핵의학과 검사 2회 했습니다.
오늘 대학병원에서 마지막으로 핵의학과 검사 결과 듣고
진료의뢰서, 결과지, 영상시디 모두 받아왔습니다.

지금 진료해주시는 교수님께서는 아가가 아직 어려서 돌까지 지켜봐도 되지 않을까 싶다고 하시지만,
이제까지 차도가 없고 상태가 심하다고 하셔서 서울 병원에 가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오늘 핵의학과 검사 결과는 소변은 여전히 잘 안 내려가지만 신장 상태는 좀 좋아졌다고 하네요.
감사하게도 아가는 접종열 제외하고는 한 번도 아프지 않았고 잘 먹고 잘잡니다. 6개월인데 체중 13킬로가 넘습니다.

주말에 교수님들께 메일 보내고 월요일에 예약 전화를 해보려는데
올려주신 글들을 보며 계속 고민되는 것들은,

1) 세브란스, 서울대, 삼성 병원 세 곳 중에 두 곳 정도를 가보려고 하는데 어디로 가야 할까(전북 군산에서 올라가는데 예약 날짜 시간과 두 병원 간의 거리를 고려해)
- 소중한 댓글로 얻은 (주관적인) 조언은 병원과 의사는 엄마가 마음 가는 쪽으로 하는 게 좋다.

2) 세브란스는 한 교수님과 이교수 님 중에 어느 분께 가야 할까(한 교수님께 가고 싶지만 예약 일정이 늦고, 개복수술을 하신다고 하셔서)
- 한 교수님은 이 분야의 권위자셔서 무뚝뚝하시지만 믿음이 가고, 이 교수님은 부드럽고 친절하게 설명해주셔서 좋다.
- 한 교수님은 어린 아기만 (개복)수술하시는 것 같다. 아이가 너무 어리면 복강경 수술은 할 수 없다.
- 당장 한 교수님 예약이 힘들면 다른 교수님께 예약해도 된다. 갓난아기 수술은 한 교수님께서 집도하실 것이다.

3) 예약하기 전에 교수님들께 어떤 내용으로 메일을 보내야 할까(영상을 모두 첨부해야 하나 등등)
- 한 교수님은 메일로 바로 내원하라는 간단한 답을 주신다.

4) 코로나가 다시 심해지고 있는데 서울 병원에 방문해도 될까
- 코로나보다 아이가 견디는 아픔이 더 크다.
- 병원이 오히려 더 안전하다.
- 코로나 때문에 세브란스 진료 미루다가 상태가 급격히 나빠졌다. 하루라도 빨리 진료 보는 게 좋다.

5) 아직 너무 어린데 수술을 해야 한다면 아가가 견딜 수 있을까, 자연 치유될 가능성은 없을까(답이 없는 걱정, 바람이지만요)
- 아기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강하고 회복이 빠르다.

걱정되고 불안한 마음에 긴 글을 쓰게 됐네요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소중한 조언과 정보 남겨주시면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육아하시는 모든 부모님들,
코로나와 더위에 모두 건강하시길 기도합니다!!!


아무래도 하루에 두 곳을 방문하는 건 무리일 것 같아
한 교수님이 계신 세브란스 병원으로 결정했고, 메일 보내는 과정은 생략했다.
한 교수님은 한 달 뒤에나 예약이 가능하다고 해서 이 교수님으로 일주일 뒤로 예약을 잡았다.
병원과 전화 상담 결과, 첫 진료는 영상 시디가 있으면 아기 동반은 안 해도 된다고 하셔서 다행히 남편과 다녀왔다.
20년 9월 첫 진료 결과는 감사하게도 당장 수술을 해야 할 상황은 아니라고 하셨다.
이전 병원과 크게 다른 소견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 교수님의 명쾌한 목소리와 설명이 답답하고 불안했던 마음을 한 순간에 날려버렸다.
당장 수술을 안 해도 된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차에 돌아와 소리를 지르며 감사했다. ㅠ

그리고 3개월 뒤 12월에 아이와 함께 병원을 재방문했다.
10시쯤 초음파와 소변검사를 하고 1시 반쯤 소아비뇨의학과 이용승 교수님 진료가 예약되어 있었다.
초음파는 크게 어려울 것이 없는데 아이가 겁을 먹고 힘주어 울어서 진이 빠진다. ㅠ
소변검사는 채혈실에서 소변패드(아기가 소변을 보면 그대로 담기는 긴 비닐팩 모양)를 붙여준다.
그럼 기저귀를 채우고 채혈실에서 준 종이컵과 통 4개를 들고 밖에서 소변을 볼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한 시간이 지나도록 소변을 안 보는 아이를 데리고 밖에서 서성거리는 것이 좀 괴로웠다.
그래서 결국 지하 주차장으로 돌아와 차에서 기다리고 있던 외할아버지, 외할머니가 이것저것 먹이고 놀아주고 하다 보니 거의 두 시간이 다 되어서야 소변을 봤다.
그럼 소변이 담긴 패드를 조심스럽게 떼어 내 종이컵에 옮겨 담은 후에 다시 4개의 통에 각각 나눠 담아서 다시 채혈실에 갖다 줘야 한다.
소변검사가 늦어지면 진료가 좀 미뤄질 수 있다.
진료 결과는 크게 차도가 없지만 나빠지지도 않았기 때문에 5개월 뒤에 재검사를 하기로 했고,

21년 5월 최근에 진료를 받고 왔다.
지난번에는 예준이를 데리고 처음으로 떠나는 먼길이라고 부모님이 동행해 주셨는데
이번에는 예준이가 좀 크기도 했고, 친정 이사 날짜와 겹쳐 셋이 다녀왔다.
지난번에는 새벽 5시에 출발했었는데, 이번에는 6시에 출발했다.
코로나로 인해 사전설문을 작성하고 QR코드를 받아 병원 출입을 할 수 있다.
12월보다 QR코드 검사가 무척 엄격해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번에도 먼저 수납을 하고 초음파 검사를 받고 나오는데 남편은 변화가 있는 것 같다며 기대했고,
이번에도 역시 소변검사하느라 2시간 가량이 걸려 애를 먹었다.
기다리는 동안 차에서 예준이 밥도 먹이고, 이것저것 좀 먹었다.
진료 결과, 드디어! 진짜! 크기에 변화가 나타났다. ㅠ
크기가 줄었다고, 좋아졌다고 하시며 이제 내년 1월에 검사해보자고 하셨다.
아쉽게도 내년에는 이 교수님께서 해외 계신다고 한다.
여하튼, 너무 좋아서 예준이를 으스러질 정도로 꽉 껴안고 진료실을 나왔다. 정말 감사했다. ㅠ

나오기 전에 선생님께 한 가지 확인한 것은,
첫 진료했을 때 주의사항으로 간이 된 음식을 먹이지 말라고 하셨고,
요로감염에 주의하라고, 열이 나면 바로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으라고 하셨었다.
이제까지 요로감염 한번 없이 잘 지냈는데, 문제는 음식이었다.
예준이가 점점 크다 보니, 가족들이 먹는 음식을 같이 먹는 경우가 많이 생긴다.
이 또한 선생님의 명쾌한 설명은,
예준이는 신장 기능에 전혀 이상이 없는 아이이기 때문에 간이 된 음식을 먹는다고 큰일이 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어리기 때문에 간이 안 된 음식을 먹는 것이 좋지만 그것으로 인해 엄마가 너무 스트레스를 받지는 말 것.
이 아이들은 아주 오래 살아야 하기 때문에 아껴 써야 한다고 :-)
그동안 음식 때문에 마음이 무거웠는데 또 한 짐 덜고 왔다.

매번 세브란스 병원에 감사한 것은,
지방에서 올라가는 것을 배려해주시는 것인지 오전에 검사를 하고, 오후에 진료를 받도록 예약을 잡아주시는 것이다.
이전 병원에서는 한 시간 거리인데도 검사와 진료 날짜를 이틀에 걸쳐 잡아주는 일이 많아
갓난아기를 데리고 새벽부터 검사를 받으러 다니느라 무척 애를 먹었던 걸 생각하면 울컥 ㅠ

아무것도 모를 때 인터넷에서 같은 아픔을 가진 부모님들의 도움과 격려를 많이 받았고,
겪어봤기에 할 수 있는 마음 담긴 한마디가 정말 큰 힘이 되었었다.

이제 내년 1월까지, 8개월 동안 또 아프지 말고 건강하도록 잘 돌봐야지 우리 아기,

고마워 너무 고마워 ㅠ

세브란스병원 출입스티커
세브란스병원 초음파 대기중
세브란스병원 소변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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