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책] 스페인, 버틸 수밖에 없었다

coramdeo2021 2021. 11. 26. 03:43

스페인, 버틸 수밖에 없었다


건축으로 먹고살기 위해 무작정 스페인으로 떠난 신혜광 건축가의 이야기이다.
저자는 그 뜨거운 나라에서 누구보다 치열하게 30대 성장통을 겪어냈다.
건축은 1도 모르지만 스페인에 끌려 읽게 되었다.
어릴 때부터 연모해오던 그 나라를 코로나가 심해지기 직전에 여행을 다녀왔다.
그것도 딱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이기에 더욱 이 책에 흥분할 수밖에 없었다.
가기 전에 시간이 부족해 공부를 하지 못하고 떠났던 것이 굉장히 아쉬웠었는데.
이 책을 통해 해소된 것들이 많았다.


저자는 그곳에서 꽤 긴 시간동안 앞이 보이지 않는 시간을 견뎌냈고,
지금은 과거에 꿈꿨던 미래가 나의 현재가 같지 않아도 행복한 건축가로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그 시간을 살아낼 때는 죽을만큼 힘들었겠지만, 그래도 스페인행 편도 항공권을 선택했던 그 순간이
너무도 부럽고 벅차고.


수많은 격려와 응원을 받아도 독설로 바꾸는 고장난 번역기 같았던 삶을 보며
그 시간들이 얼마나 외롭게 차가웠을까 감히 가늠해본다.
그때부터 나를 둘러싼 환경이 어떻든 항상 온기가 느껴지는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50

읽으며 부러웠던 부분은 스페인을 누비며 건축물들을 원없이 관찰하고 즐긴 것과
그가 만난 사람들이었다. 그 중, 바르셀로나에서 함께 일했던 파브리치오에 대한 설명이 인상적이다.
번거롭더라도 인내하며 버티는 단순한 끈기가 꽤 좋은 무기임을 그에게서 배웠다. 125


모네오를 맹목적으로 동경했던 것이 관계에 대한 태도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부분이 크게 공감되었다.
나의 생각에 동의하면 상대방이 옳다고 생각했다. 그게 아니면 고개를 저으며 관계를 멀리했다. 건축을 바라보는 시각이 삶의 태도에 영향을 준다는 것은 아주 귀중한 깨달음이었다. 212

마드리드에서 바르셀로나로 떠날 때는 뜻대로 되는 일이 없다고 생각했으나 베를린으로 떠날 때는 겸손했다고 했다.
예상치 못한 순가을 마주하면서 뜻대로 되는 일은 애초에 없음을 깨달았기 떄문이다. 인간관계도, 세상을 대하는 방식도, 나 자신도 모든 것이 계획대로 흘러가기 힘들기에 당장 눈에 보이는 최선을 다해 살자는 태도를 갖게 되었다. 217


건축가란 직업이 좋다고 말하는 작가, 좋은 사람이 좋은 건축을 한다고 믿는 작가(219)가 멋졌다.
특히 그 고된 시간을 무던하게 버텨왔고, 원하는 곳으로 향했던 그 순간들을 의미 있다고 생각하고 있고,
무엇보다 지금의 내가 멋지다고 말할 수 있어서 더욱.

삭막한 이 때, 사무치게 그리운 스페인은 더욱 그리워졌지만 읽는 내내 행복했습니다.
소중한 책을 보내주신 효형출판 감사합니다.

스페인, 버틸 수밖에 없었다
신혜광 지음
효형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