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치레
아침에 일어났는데 38도였다.
해열제를 먹이고 한 시간 후 병원으로 갔다.
목이 부어 있었다.
평소 코가 자주 막혀 입으로 숨을 쉴 때가 많다.
병원에 갈 때마다 코와 목 상태가 그리 좋지 않았다.
약을 처방받아 돌아왔고
열이 떨어지지 않으면 저녁이나 다음날 아침에 다시 오라고 하셨다.
다행히 병원에서 돌아와서는 잘 먹고 잘 놀다가 잤으나
새벽 4시 다시 열이 올랐다.
해열제를 먹이고 물수건으로 닦아주다가
아침이 되자마자 다시 병원으로 향했다.
그 길로 입원했고 피검사와 엑스레이 촬영을 했다.
수신증 때문에 요로감염에 주의해야 하기 때문에 조마조마했다.
다행히 모든 검사는 이상이 없었다.
혈관이 안 보여 링거 주사를 두 번 꽂았다.
하도 울어서 눈이 퉁퉁 붓고 다른 얼굴이 되었다. ㅠㅠ
병원 입구만 가도 대성통곡 하는 아이라
입원해 있는 내내 선생님들 인기척만 들려도 놀라고 우는 바람에 힘들었다.
하루 종일 힘이 없어서 안아달라고만 하고 쮸쥬만 찾았다.
그래도 열이 오르락내리락 하는데 다행히 밤잠은 잘 잤다.
밤중에도 열이 나기 시작하면 쿨링패치를 붙여주고 물수건으로 닦아주었다.
수요일에 입원해 목요일까지는 많이 힘들어했다.
금요일에 되어서야 열이 좀 떨어지기 시작했고 목도 좀 낫기 시작했다.
잠은 잘 잤으나 음식은 거부했다.
할머니들이 끓여오신 전복죽도, 병원 근처에서 사 온 소고기 이유식, 호박죽 모두 맛만 봤다.
열이 나기 때문에 물 종류를 많이 먹이라고 하셔서 분유와 주스, 보리차만 조금씩 수시로 먹였다.
그런데 옆침대에 들어온 한 살 형아가 나눠준 육포를 처음으로 맛보더니 세상 맛있게 두 개를 뚝딱 해치웠다.
이빨이 없어서 단짠물 쪽쪽 빨아먹고 뱉어내는 게 반이긴 했지만 그래도 너무 맛있게 먹어서
일층 약국에 가서 사다 쟁여놓았다. 꼬마육포 너무 비싸다. ㅠㅠ
병원에서 남편과 만난 지 8년째 되는 날을 맞았다.
정신없는데 꽃배달까지 하느라 고생이 많다!
꽃 선물은 어색해하면서도 꽃집 르모먼트는 무한 신뢰한다.
뜬금없이 꽃말 고백까지ㅎㅎㅎ
그 와중에 꽃 이름은 잊어버렸다. 뭔 시야스인데 여섯 글자였다며ㅎㅎㅎ
리시안셔스 꽃말 - 변치 않는 사랑
며칠 전에 난 꽃 한 송이, 초콜릿 하나에도 감동할 줄 아는 사람이다. 마음이 중요하다. 그랬더니,
꽃과 초콜릿을 선물해달라고 이해한 남자ㅎㅎㅎ
어쨌든 덕분에 갑갑한 병실에서 예쁜 꽃 향기 맡으며 당 충전까지 칭찬해칭찬해!
요즘 한창 걷는 재미에 빠져서 매일 밖에 나가자고 했었는데
며칠 동안 힘이 없더니 금요일부터는 열이 떨어지면서 꼬물꼬물 놀기 시작했다.
남편 동료분이 선물로 주신 장난감인데 예준이가 너무 잘 가지고 논다.
원래는 세로로 세워놓고 세모, 네모, 동그라미를 넣으면 재미있는 소리를 내는 장난감인데
질리도록 가지고 놀더니 이제는 새로운 놀이 방법을 터득했다.
토요일 하루 더 지켜보고 내일 퇴원하기로 했다.
예준이의 최상의 컨디션을 위해 까까 보따리를 준비한 아빠ㅎㅎㅎ
감사하게도 더 이상 열이 오르지 않아 주일에 퇴원했다.
열꽃이 피었다.
13개월의 좀 늦은 돌치레가 끝났다.
평소 요로감염 때문에 열을 민감하게 체크하는데
갑자기 열이 나니 많이 당황스럽고 놀라고 긴장했었다.
그동안 한 번도 안 아프고 건강하게 자라준 것도 더욱 감사했다.
웃어줘서 고마워 :)